이종한의 음악과 오디오 이야기 – 서른 아홉번 째, 남자의 물건

요즘 시간 여유가 많아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 다시 읽어 보니 전에 못 느꼈던 것을 새삼 느끼게 되어 좋습니다. 명지대학교에서 문화 심리학을 가르치시는 김정운 교수의 책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지은 여러 책중에 제가 가진 것은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남자의 물건>인데, 마지막 것을 유심히 읽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남자의 물건은 얼핏 생각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남자들이 살아가며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얼마전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님의 책상, 김갑수의 커피그라인더, 신영복의 벼루등 10여분의 물건을 소개하며 그에 얽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인 김정운 교수는 만년필을 자신의 물건으로 꽂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김갑수씨나 김정운 교수도 소문난 오디오 애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자의물건-책의 표지]

오디오를 자신의 물건으로 여기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아나운서이셨던 황인용씨는 수집한 오디오를 모아 오디오 카페를 내시기도 하였고, 저희 고객분중에도 오디오 기기를 수십개씩 가지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약국엔 오래된 카메라나 모형등을 약국 선반위에 전시해 놓아서, 기다리며 그것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책도 무료로 대여를 해 주기도 합니다. 주인공을 만나 보진 못 했지만 아마 그 것들이 그분의 물건일 겁니다. 살면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모으고 챙기는 과정에서 나오는 즐거움과 위안이 인생의 큰 낙이 될겁니다. 책에 나온 여러분의 물건에 대해 읽다 보면 성공하신 분들을 보면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의 물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운 교수가 쓴 다른 책 <노는 만큼 성공한다>도 비슷한 맥락으로 얘기를 풀어 갑니다. 저도 오디오를 업으로 하다보니 갖고 있는 오디오 기기들이 꽤 됩니다. 가끔씩 선반에서 내려 전기를 넣고 다른 기기와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 보는데, 이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 있습니다. 개중에는 잘 나오던 것이 잡음이 나거나 소리가 안나는 것도 있습니다만 저희 가게에 수리기사가 있어 쉽게 수리가 가능해서 아주 좋습니다.

지난 2020년에 STEREOPHILE 지에서 Product of the year 상을 받은 NAD의 M33 이란 제품을 며칠전에 받아서 들어 보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디오 기기들과는 컨셉을 달리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어서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살펴보며, 최근의 오디오 기술들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우선 이 앰프는 트랜지스터나 진공관을 사용한 전통적인 방식의 앰프가 아닙니다. 디지털 증폭 모듈을 사용한 것 입니다. 디지털 방식으로 증폭을 하면 여러 잇점이 있습니다.

우선 전기를 적게 쓰면서 증폭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열도 별로 안나는 작은 모듈로 쉽게 몇백 와트의 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크고 무거운 트랜스포머를 사용한 전원장치가 필요 없어서 가볍고 컴팩트하게 앰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사용된 곳이 자동차용 오디오 였습니다. 장점만 있다면 좋겠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출력이 좋아 박력있는 소리를 내 주긴 하지만 소리가 거칠고 경질입니다. 그래서 가정용 하이엔드에서는 잘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요즘 나오는 액티브 (앰프가 내장된) 서브우퍼에는 대부분 디지털 앰프가 들어 있습니다.

간혹 일부 업체에서 디지털 모듈을 이용한 앰프를 내놓긴 했지만 크게 각광을 받지는 못 했습니다. 헌데 이번에 나온 M33을 들어 보니 그런 인식을 어느 정도는 불식 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온 디지털 모듈은 Hypex와 뱅앤올슨 (Bang & Olufsen)에서 개발한 Icepower 란 것이 유명한데, M33에 쓰인 것은 Purifi Eigentact 라는 새로 개발 된 모듈이라 합니다. 디지털 소리가 아니고 잘 만든 트랜지스터 앰프 같습니다. 두번째는 요즘 음악재생의 총아로 자리잡은 유선 및 무선 네트웍 플레이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합니다. 저장된 음원재생은 물론이고, TIDAL, Spotify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심지어는 한국의 Bugs도 지원해서 한국음악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는 물론이고 HDMI를 통해 TV와도 연결이 쉽습니다. 턴테이블 연결용 PHONO 단자도 있습니다. 스피커만 연결하면 음악 듣는데는 아쉬운게 없는 제품입니다.

[사진3- 제품전면] [사진4-제품 후면]

그리고 새로 나오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하여 두개의 확장모듈 슬롯이 있어 기기를 바꾸지 않고 업그레이드가 가능 합니다. 아울러 사용하기 편하게 잘 만들어진 컨트롤 앱인 BluOS를 PC,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타블렛, 스마트폰에서 사용가능 합니다. 앱의 사용 편이성이 중요합니다. Bryston사의 제품은 음질자체는 좋은데, 앱이 좋지 않아 판매가 꺼려 집니다. 컨트롤은 앱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리모컨이나 전면 Touch Screen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1- BluOS 앱 실행 화면]

이제품을 빛나게 하는 다른 기능은 Dirac Live 라고 하는 음질 보장 시스템입니다. 이것은 내장된 디지털 시그날 프로세서 (DSP)를 이용, 스피커나 청취공간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보정해 주는 장치입니다. 같이 오는 마이크를 뒷면 USB 단자에 꽂고, Dirac Live앱을 실행하면 음을 발생시켜 마이크로 받아 분석한 후 보정을 합니다. 그대로 저장을 하거나, 주파수 대역별로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도 가능 합니다. 아래는 설정앱 화면 입니다. 스피커가 달라지거나 공간이 달라지면 새로 측정하여 저장해 놓으면 음원플레이 앱 BluOS에서 바로 바로 적용가능 합니다. Dirac Live 적용을 하면 공간감이 좋아지고, 사운드 이미지가 좋아져서 마치 기기를 업그레이드 한 것 같습니다. [사진2- Dirac Live 실행화면]

이 제품은 인티앰프에 디지털 플레이어, DAC를 한 몸체에 넣은 것으로 단품으로 이만한 성능의 제품을 구한다면 두배정도의 비용이 들거라 봅니다. 이제품의 동생격으로 M10 이란 모델도 있는데, 기능은 거의 같고, 출력이 좀 작습니다.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재생과 디지털 앰프의 일반화는 아마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점점 쉽고 적은 비용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오디오라는 물건을 남자의 물건으로 만들어, 삶의 새로운 낙으로 삼고 성공하는 삶을 살아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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