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오디오 1편

골프와 오디오. 1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여러가지 즐거움이 있다. 한자로는 즐거울 낙 (樂)을 쓰는데, 누군가에게 “요즘 세상사는 낙이 무엇 입니까 ? 라고 한다면 여러가지 답이 나올 것이다.

이글의 독자는 골프치는 낙이 중요한 낙이라고 하실 텐데, 저 또한 한동안은 골프를 으뜸의 낙으로 삼은 적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은 골프를 즐기기는 하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것이 생겨서, 전 같지는 않다. 더 좋은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인데, 엄밀히 말하면 오디오 라고 할 수 있다. 음악과 오디오는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오디오라 함은 음악을 좀더 적극적으로, 제대로 들으며, 그 장비나 세팅에 비중을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장비보다는 플레이어의 기량에 더 좌우 되는 골프는 아무리 돈을 들이고, 노력을 하여도 뜻한 바를 이루기 어려워 한때는 나 자신의 능력에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디오란 취미는 돈이나 시간, 노력 여하에 따라 원하는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어 묘미가 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무릇 모든 취미가 너무 빠져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디오도 예외는 아니어서, 본인의 노력은 뒤로하고, 고가의 장비만 으로 해결하려 하기도 하고, 정작 음악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쭉쭉 뻗는 고음에 빵빵한 저음을 (쭉쭉빵빵이라고 한다) 내려고 쓸데없는 노력과 돈을 낭비하기도 한다. 음악을 잘 구성된 기기로 제대로 들으면 그 즐거움은 다른 어떤 즐거움과는 비길 수가 없다. 제대로 맞아 쭉쭉 뻗는 티샷이나 그린에 딱 붙는 샷을 쳣을 때의 짜릿함도 좋지만 지속적으로 항상 즐거움을 주는 오디오도 좋다.

오디오를 통해 즐거움을 얻으려면 나름 준비 할 것이 있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러면 언제나 내가 원하기만 하면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선 시간을 투자 하라. 집에 있는 음향기기를 틀어서 음악을 좀더 정색을 하고 들어보라. 그리고 음악이 녹음된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가수가 가운데 서서 나를 향해 노래를 부르고, 그 뒤로 드럼이, 우측으론 기타가, 좌로는 베이스기타가 나만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연주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노래 부르던 가수가 물 한잔 달라고 손을 내밀 것 같다. 그러면 음악 듣기가 즐거울 것이다. 쟝르도 가릴 것이 없다. 가요던 팝송이던, 재즈던, 클래식이던 들어서 즐거우면 된다. CD 던 FM 라디오던 MP3 같은 컴퓨터 음원도 좋다. 장비도 우선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향기기로 듣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제대로 된 기기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음악이 더욱 즐거워 진다. (어느 취미던 마찬가지지만 우선은 잘 아는 사람을 통해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이미 오디오에 대한 즐거움을 알고 전파하기 위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므로 기꺼이 전도사를 자처하고 도와 줄 것이다. 필자는 학창시절 음악을 무척 좋아하다가, 몇 년 전에 새삼 오디오 낙에 빠져 지내게 되었다. 어서 집에 가서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이고, 최근엔 사무실에 근사한 기기를 갖다 놓아서, 다 퇴근한 빈사무실에서 나 홀로 음악회를 즐기다가 뭐하고 안 들어오냐는 전화를 받고 허둥지둥 집에 가기도 한다. 왜 진작 이 좋은걸 다시 시작하지 못함이 후회가 된다. 나이 들면 귀도 나빠져 좋은 소리를 못 듣게 된다니) 지금이라도 시작하시기 바란다. 골프 못지 않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