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LL Vanguard

극장용 오디오를 목적으로 생긴 앰프 (Amplifier, 신호 증폭기) 는 진공관 앰프에서부터 시작해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로 발전 되어 왔다. 증폭 방식 또한 A클래스, B클래스, AB 클래스, D 클래스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 중 크렐의 존재는 유독 특별했다. 바이어스 전압을 크게 주어 많은 전력소모를 감안해야했고 커다란 방열판에 의존해야했지만 수백 와트 급으로 완성된 A클래스 앰프는 당시 그 어떤 스피커라도 제동해내는 힘과 에너지의 근원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이에 따른 여러 문제들 (열화로 인한 부품 장애등) 에 부딪히며 KSA, FPB 시리즈 등을 통해 Sustained Plateau Bias 이라는 가변 바이어스 방식을 선보였고 이후 에볼루션 시리즈에서는 A클래스 증폭 대신 여러줄로 놓인 트랜지스터를 통해 출력 바이어스를 조정하는 Active Cascade Topology™을 도입해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크렐은 에볼루션 라인업을 모두 걷어내고 그 자리에 iBias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모든 라인업을 개편해 안착시켰다. iBIas 는 스피커에 보내는 출력신호에 맞춰 적정량의전류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일정량의 전류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일반 A클래스와 다르다. 이로서 발열, 전력소모량등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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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CES에서 발표한 크렐의 제품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신형 인티앰프인 뱅가드(Vanguard)였다. 제동이 힘들기로 유명한 YG Acoustics 의 헤일리(Hailey)의 매칭 스피커로 크렐의 분리형도 아닌 인티앰프를 매칭해 쇼룸 시스템을 셋업해 놓았던 것이다. 케이블이나 주변 기기 또한 그다지 고급 시스템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스템에 대한 오디오파일들의 반응은 꽤 고무적이었다. 크렐은 과거 분리형만을 출시했던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 중 인티앰프 KAV-300i 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력이 있다. 이를 계기로 이후 라인업이 교체될 때마다 KAV-300il, KAV-400xi 같은 걸출한 인티앰프를 생산했고 당시 모든 메이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곤 했다. 근자에 출시한 S-300i, S-550i 또한 과거의 명성만큼은 못했지만 여전히 크렐이라는 메이커를 잊기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새롭게 발표한 크렐의 인티앰프의 모델명은 뱅가드로 정해졌고 여러 매체에서 신속하게 출시 소식을 알려왔다. 당시 새롭게 출시된 iBias 라인업의 디자인은 생경하기도 했고 직전 에볼루션 라인업의 그 화려한 전면 패널을 한 번 경험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과거로 회귀한 듯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게다가 방열을 위한 후면 팬 부분에 대해서는 크렐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요즘 보기 드문 “Made in USA” 와 새롭게 단장한 디자인 및 스펙은 한 편으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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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면 디자인은 크렐의 최상위 프리앰프인 일루젼(Illusion)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쏙 닮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일루젼 프리앰프의 풀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설계된 A클래스 서킷 설계를 그대로 가져와 뱅가드에 적용했다. 크렐의 커런트 모드 기술이 이루어내는 광대역과 왜곡 없는 다이내믹스를 경험해보았다면 이 부분은 뱅가드 음질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걸 알 것이다.

전면의 좌측엔 스탠바이 스위치가 위치하며 우측으로 메뉴, 소스 선택 등의 스위치가 위치한다. 중앙엔 신형 라인업임을 알게 하는 커다란 엠블럼이 멋지게 자리하며 그 우측으로는 디스플레이 창이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큼직큼직한 버튼과 군더더기 없는 시원시원한 전면 디자인과 그 색상에서 KSA, FPB 당시의 그 탱크 같던 크렐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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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를 살펴보면 항상 엄청난 규모의 전원부를 장착하던 크렐답게 750VA 용량의 넉넉한 트로이덜 트랜스가 좌측 전면에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옆으로 80,000uF 용량의 정류단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는 커다란 방열핀이 위치해 열 방출을 돕고 있다. 전원부와 정류단, 입/출력단이 구획을 나누어 질서 있게 내부를 구성하고 있으며 거의 빈틈없이 빼곡히 매워져있는 모습이다. 특히 앰프 무게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는 여전히 크렐의 상징처럼 믿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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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을 살펴보면 총 세 개의 아날로그 RCA 입력단과 한 조의 XLR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어 밸런스 출력단이 구비된 소스기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스피커 출력단은 WBT 금도금 단자로 고급스러운 외관과 뛰어난 접속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스피커 출력단을 중심으로 양 쪽에 쿨링 팬이 한 개씩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XLR 입력단 옆으로 인티앰프에서는 보기 어려운 LAN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다. 만약 옵션으로 디지탈 입력이 기능한 디지탈 뱅가드를 선택한다면 디지털 모듈이 내부에 장착되며 (나중에 추가 할 수도 있다.) HD 음원에 대응하는 USB, HDMI, 광, 동축 등 다양한 유선 디지털 입력은 물론 apt-X 블루투스와 네트워크 스트리밍까지 대응한다. 이는 안드로이드와 iOS 에 모두 대응하는 것으로 최근 디지털 입력단이 추가된 인티앰프의 트렌드에 맞추어 심혈을 기울인 모듈이며 상당히 화려한 기능을 자랑한다. 이 외에도Pandora, Spotify 등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쿨링 팬은 앰프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어 앰프의 원활한 작동을 돕고 부품의 노후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요즘 앰프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하지만 이것은 최소한의 작동만을 보이는 것으로 LAN 케이블을 활용해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 나 스마트폰 PC 등과 연계, 크렐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앰프의 전체적인 작동상태를 포함, 앰프 내부 온도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과열과 쇼트 등 앰프의 이상 증세가 발견될 시 사용자에게 바로 경고 메시지를 주는 등 오토매틱 감지, 제어 시스템을 탑재시켰다. 이는 무척 흥미로운 기능으로 과거 크렐의 엄청난 발열이나 내구성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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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렐의 전용 어플리케이션
뱅가드의 출력은 8옴 부하에서 채널당 RMS 200와트, 4옴에서 400와트의 선형적인 출력을 내주며 게인은 47dB, 입력 임피던스는 싱글 엔디드가 47.5k 옴, 밸런스 입력에서는 95k 옴으로 당연히 밸런스 입력이 음질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S/N 비는 90dB,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은 8옴 부하, 200와트, 1kHz에서 0.015% 정도로 발표되었다. 소비전력은 스탠바이에서 12W, 아이들 상태에서 70W 정도로 과거의 크렐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정도로 낮아졌다.

크렐 뱅가드의 출현은 이미 일루젼 외 듀오 파워앰프 등 일련의 신형 라인업이 출시되면서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 에볼루션의 연장선상에 있을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고 크렐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그 본래 이미지에 오히려 더욱 가까워진 모습으로 태어났다. 물론 퓨어 A클래스는 이미 버린 지 오래지만 그 대신 무소불위의 스피커 제동력은 유지하되 크렐의 단점으로 지적받아오던 열과 전기 소비량, 내구성 등에 대해 메스를 들이댔다. 게다가 이를 통제하는 진보적인 시스템 도입은 상식을 깨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처럼 충격적이다. 이로 인해 과거 크렐의 풍부한 밀도감과 차분한 토널 밸런스, 강력한 저역 핸들링 등을 다시 회복시켰다. 그리고 한편으로 여러 단점들은 해소시키는 쾌거를 얻어냈다.